도로를 지나며 JIRAN 37이 점점 지어져 가는 것이 아이들에게도 꽤 인상 깊었던 것 같아요. 초록색 비계로 덮여 점점 높아져 가던 사옥은 한동안 아이들에게는 “초록색 회사” 였습니다. 그러다가 거리와 시간 개념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대치동 사무실은 먼 회사(?) JIRAN 37은 “가까운 회사”로 정의되었습니다.
아이가 생기고 나서 회사에 대한 관점도 많이 바뀐 것 같아요. 내가 다니는 회사가 어떤 회사인가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에게 엄마가 다니는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도 생각하게 되었달까? 아이들이 점점 친구들과 소통하는 주제가 늘어나고 세부적이어져가는 만큼 생각지도 못하게 “엄마 회사는 뭐 하는 회사야?”, “엄마는 회사에서 뭐해?”라는 질문을 받곤 했어요.
이번에 JIRAN 37로 입주도 했겠다. 엄마가 일하는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단순히 “가까운 회사”가 아니란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주말에 아이들을 데리고 JIRAN 37로 향했어요.
그 어린 눈에도 이전 사무실과 대비되는 게 느껴졌나 봐요 “회사가 엄청 커졌어!” 하며 눈이 휘둥그레졌죠. 여기저기 신기하게 바라보는 아이들을 데리고 1층 농구장을 자랑했어요. 엄마 회사에는 농구장도 있어..라고 말하기도 전에 이미 농구 코트로 향해 농구공을 튀기고 있었지 뭐예요.
회사의 농구장, 그 농구장에서 조막만 한 손으로 공을 튀기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기분이 묘하긴 하더라고요. 어릴 적 기억을 되새겨 보면 회사는 회색빛의 시니컬한 분위기였는데 아이들에게 엄마의 회사는 따뜻하고 즐거운 곳이라는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 설레었어요.
“이거 진짜 새야?”
“가까이 가서 한 번 봐봐”
“에이 진짜 새 아니네~!”
둘째의 손에 이끌려 올라간 2층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들은 따로 있었는데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바닥에 그려진 트랙이었어요. 하얀 트랙을 보더니 경주를 하기 시작했어요. 아직은 마음껏 뛰노는 게 더 즐거운가 봐요
3층의 숨은 엄마 아빠 찾기도 꽤 즐거운 시간이었답니다. 식당으로 가는 길에 전 직원 액자를 보더니 꺄르르 웃기 시작했어요.
“엄마도 있어?”
“엄마도 있어 찾으면 상으로 간식 줄게”
했더니 열심히 찾기 시작하더군요.
“여기 있다~!!”
약속한 대로 상을 주기 위해 사무실로 올라갔어요.
“우와 사무실에 간식이 왜 이렇게 많아?”
나에게는 당연한 일상이 신기한 아이들에게 오늘만큼은 자유로운 간식타임을 허락했어요.
그랬더니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뒤에 있는 바스툴에 앉아 저 멀리의 경치를 바라보여 간식타임을 즐기더군요.
JIRAN 37 투어의 대미를 장식하기 위해 12층으로!
12층 우드슬랩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문득 첫째가 그러더군요.
“나도 그 목걸이 (사원증) 줘“
“응?? 왜??”
“나도 회사 다니고 싶어”
마음에 들었나 봐요. 집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이 말을 듣기 전까지 내심 속으로 아이들이 지루해하면 어떡하지, 마음에 안 들면 어떡하지 걱정을 했는데 저 말 한마디에 걱정과 긴장이 싹 녹아내리며, 내가 좋은 회사에 다니고 있구나, 잘 살고 있구나 뿌듯해졌답니다.
들리는 후문으로는 친구들에게 가서 자랑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엄마 회사에 농구장도 있고 간식도 많고 신기한 것도 많다고.. 나중에 친구들도 함께 가자고 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어요. 다른 지란인 분들도 주말에 시간 날 때 한번 가족들과 JIRAN 37에 들러보세요. 이전과는 새로운 경험과 기분을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아요.